봄바람 불면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어디든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 그중에서도 벚꽃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는 봄날, 벚꽃 명소는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된다. 나만의 여유를 지키며 벚꽃 드라이브를 즐기려면,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여기에 길 위의 피로를 풀어줄 맛집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이번 글에서는 혼잡을 피하면서도 감성 가득한 벚꽃 드라이브를 완성하는 나만의 루트와 팁을 공유해보려 한다.
이른 아침, 하루를 여유롭게 여는 타이밍 팁
서울 근교 벚꽃 명소는 대부분 오전 10시부터 차량이 몰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새벽 출발이다. 해가 막 떠오르기 전, 도로는 한산하고 바람은 차지만 상쾌하다. 남양주 팔당댐 인근 벚꽃길을 달릴 땐,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연분홍 터널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음악을 틀고 창문을 살짝 열면, 벚꽃잎이 바람을 타고 실내로 들어와 코끝을 간지럽힌다. 이 시간대의 도로는 조용하고, 주차도 비교적 수월하다. 여유롭게 벚꽃을 감상하고, 사람 없는 벤치에 앉아 커피 한 모금 마시며 봄을 맞이할 수 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해서 벚꽃을 보고 근처 맛집도 가서 배불르게 먹고, 벚꽃을 잘 보고 느낄 수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과 디저트까지 먹는다면 그간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겁니다.
만개 시기 파악과 SNS 실시간 체크 활용하기
벚꽃은 정말 변덕스럽다. 예보로는 다음 주가 만개라더니, 갑자기 날이 풀리면 하루 이틀 사이 훅 피고 진다. 비라도 온다면 이쁘게 핀 벚꽃이 떨어지거나 질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벚꽃 시기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 SNS 실시간 검색을 적극 활용한다. “벚꽃+지역명”으로 검색하면, 오늘 자 사진들이 쭉 뜬다. 누군가 방금 찍은 사진이 나의 일정표를 바꾸기도 한다. 특히 군포나 양평처럼 날씨 변화에 민감한 지역은 현장 사진이 훨씬 정확하다. 그리고 유명 명소보단 덜 알려진 동네길이나 공원, 하천 산책로를 선택하면 붐비지 않아 오히려 더 여유롭다. 작년에는 남양주 조안면의 한 농로 옆 벚꽃길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사람도 거의 없고, 꽃은 활짝 피어 있어 그 자체로 비밀의 정원 같았다.시간이 없다면 우리동네 지역과 벚꽃으로 검색해서 봄에만 피는 벚꽃을 꼭 잠깐이라도 보고 기분전환하길 바랍니다.
길 위의 보물, 숨은 벚꽃 맛집 찾아가기
드라이브의 진짜 마무리는 맛집에서 완성된다. 벚꽃 구경 후 돌아오는 길에 꼭 들르는 단골 맛집이 하나 있다. 양평 옥천면 근처의 시골 한식당인데, 나무 간판이 걸린 작은 집이다.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집된장찌개는 몸을 녹여주고, 그 집 된장에 찍어 먹는 쌈채소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이 있다. 향토적인 음식을 먹을때 풀어지는 마음과 엄마의 손맛처럼 정겨운 음식이 주는 감동도 느껴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주차 걱정 없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곳은 군포 송정지구의 ‘복숭아길’에 있는 작은 브런치 카페다. 벚꽃이 흐드러진 길목에 위치해 있어, 창밖 풍경을 보며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도 하고 카페에서 벚꽃과 함께 사진도 찍는다면 그것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나중에 두고두고 볼 것이다.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가면 나만의 카페처럼 즐길 수 있다.
벚꽃 시즌, 많은 사람이 붐비는 명소에만 몰리지만, 타이밍과 장소만 잘 맞춘다면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너무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아 떠나는 드라이브는 봄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올해 벚꽃은 당신만의 루트에서, 당신만의 속도로 즐겨보길 바란다. 긴 겨울이 지나고 벚꽃이 피듯 모두의 마음에도 봄이 왔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난 벚꽃과 음식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