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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무런 계획도 없던 여행이었다. 그저 멀리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가방을 챙겼고, 그렇게 도착한 곳이 통영이었다. 내가 가본 적 없는 지역 중에 잘 모르는 곳을 가보자 해서 통영을 선택하게 되었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었고, 유명한 맛집을 일부러 찾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도시의 공기에는 나를 머물게 하는 힘이 있었다. 사람들은 조용했고, 골목은 정겨웠고, 바다는 너무도 솔직하게 바다 본연의 색을 보이며 반겨주는 것 같았다. 여행이라기보단, 스스로를 내려놓고 다시 채워가는 과정 같았다. 살아가다보면 한번씩 채워가는 과정이 필요할 때 나는 또 다시 통영을 갈 것 같다. 통영에서 나는 오래도록 눌러두었던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비로소 놓아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피랑에서 시작된 하루 - 통영의 아침
통영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예쁜 바다도시'라는 막연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발을 디뎠을 때, 통영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도시는 아니었다. 그곳엔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사람들의 인사에 온기가 배어있고,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조용한 울림이 있었다. 첫날 아침은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마다 그려진 벽화들이 오래된 담장을 품에 안고 있었다. 낡고 작은 집들과 벽화가 어울려 만들어낸 그 풍경은 '예쁜 관광지'라기보다 '살아있는 동네' 같았다. 그려진 벽화들이 마치 내가 몰랐던 시간까지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그 안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벽화 속 그림자처럼 조용히 머물렀다. 고양이 한 마리가 골목을 유유히 지나가고,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마주 인사하던 모습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통영의 아침은 그렇게 평범하고 따뜻했다.
케이블카 위에서 마주한 마음 - 미륵산의 풍경
이튿날, 통영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미륵산 입구로 향했다. 이미 여러 번 SNS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타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케이블카가 출발하며 서서히 발밑으로 통영항과 그 수많은 섬들이 펼쳐질 때, 마치 내가 어디론가 떠나는 새처럼 느껴졌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모든 것이 작아진다는 말이 있다. 그 순간, 일상의 고민도, 쌓여 있던 감정도 작아진 것 같았다. 다시 생각해도 그 풍경과 내가 느껴지는 감정들은 벅찼고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마음이였다. 케이블카는 마치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여행 같았다. 나 자신에게 "이제는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순간. 정상에 도착해 미륵산 전망대에 섰을 때, 말로 다 하지 못할 감정이 밀려왔다. 바람은 부드럽고, 햇살은 따스했다. 그리고 그 모든 자연이 내 마음을 다독이는 것 같았다. 여행은 장소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통영은 그런 마음을 품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여행 내내 나는 맛집을 찾기 않고 발길이 가는대로 갔지만 유명한 장소라 그런지 근처 맛집들은 음식이 평균 이상이였으며 손님들도 많았다.
충무김밥 한입에 담긴 추억 - 통영의 맛
통영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충무김밥. 나는 사실 김밥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통영의 맛'이라기에 궁금증이 앞섰다.총영의 총무김밥은 다른점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시장 골목 안쪽 작은 가게에서 충무김밥을 처음 접했다. 김밥에는 아무런 속이 없었고, 따로 나오는 오징어무침과 깍두기가 곁들여져 나왔다. 그 단순한 조합이 이렇게 깊은 맛을 낼 줄은 몰랐다. 장소가 주는 영향도 있겠지만 고슬고슬한 밥과 잘 버무려진 무침은 그야말로 궁합이 찰떡이었다. 무엇보다 그 음식이 내게는 하나의 풍경처럼 기억에 남았다. 좁은 테이블에 마주 앉은 여행자들, 웃음 섞인 대화, 따끈한 국물 한 숟갈. 그 순간 나는 ‘맛’이라는 건 단순히 입안의 느낌이 아니라, 그 자리의 분위기와 마음의 상태가 만들어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편안해졌고 어릴적 등교하기 전에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김밥처럼 따뜻하고 맛있었다. 충무김밥은 단지 지역 명물이 아니라, 여행의 감정을 음식으로 옮긴 듯한 통영의 대표적인 기억이 되었다.
통영은 관광지 이상의 도시였다. 내가 누구였는지 돌아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시 떠올리게 만든 장소. 여행이란 단지 새로운 곳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마음을 내려놓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과정이란 걸 다시금 느낀다. 통영을 여행하기에 처음 가보는 도시이고 당일치기는 시간이 안 될 것 같았는데 충분히 동선만 잘 세운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도 모르게 꽉 쥐고 있던 감정들을 놓아주게 되었고, 그 자리에 바다의 소리와 골목의 냄새, 충무김밥의 온기가 남았다. 혹시 요즘 지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면, 목적지 없는 여정으로 통영을 추천한다. 너무 특별할 필요 없다. 그냥 걷고, 느끼고, 웃다 보면 당신의 여행도 나처럼 따뜻한 기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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