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비행기에서 내려 처음 내 발을 디딘 땅, 뉴질랜드. 공항 안 공기는 왠지 청량했고, 외국 공항 특유의 무채색 불빛조차 따뜻하게 느껴졌다. 도착한 시기는 3월. 남반구의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서울에서는 봄꽃이 피었을 테지만, 여기선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들이 인사를 건넸다.

이 여행을 결심하기 전, 나는 한동안 해외에 나가 본 적이 없었다. 팬데믹 이후, 다시 여권을 꺼내들던 그 순간은 낯설고도 설렜다. 뉴질랜드는 먼 나라이기에 준비할 게 많았고, 그렇게 내 브라우저는 온통 뉴질랜드로 도배됐다. 여행 준비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공식 사이트들과 여행자 커뮤니티였다.

뉴질랜드 이민국 공식 사이트(nzeta.immigration.govt.nz)에서는 전자여행허가(NZeTA)를 신청할 수 있었고, 뉴질랜드 관광청 공식 홈페이지(newzealand.com)에선 지역별 명소, 시즌별 활동을 정리된 형태로 볼 수 있었다.

비자는 NZeTA로 간단히 해결했다. 여권 번호만 잘 입력하면 앱으로도 발급 가능했다. 하지만 환전은 고민거리였다. 뉴질랜드 달러는 변동성이 컸고, 그날 공항 환율은 잔혹했다. 공항에서는 최소한만 바꾸고, 도심 ANZ 은행에서 환전했다. 환율 비교는 Wise 앱으로 확인했고, 국제 체크카드도 그쪽으로 발급했다. 뉴질랜드는 거의 모든 결제가 카드로 가능하다. 하지만 시골 마을이나 마켓에선 현금이 유용하니, 몇 장은 꼭 챙겨두자.

짐을 쌀 땐 또 고민이 시작됐다. 뉴질랜드 날씨는 '드라마틱'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했다. 현지 날씨는 MetService 앱으로 매일 체크했고, 다양한 팁은 레딧(r/NewZealand), 세방여행 카페, 혼자여행 네이버 카페에서 얻었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게 정답이었다. 기능성 이너, 바람막이, 보온 자켓. 그리고 절대 빼먹지 말아야 할 건 편한 운동화. 뉴질랜드 길은 걷고 또 걷는 여행이니까.

투어와 자유여행 사이에서 나는 자유를 택했다. 물론 불편함도 많았다. 길을 잘못 들어 렌터카로 외딴 도로를 헤매기도 했고, 작은 마을에선 숙소가 없어 차 안에서 잠을 청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피오르드랜드의 별빛을 만났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 속에 머물 수 있었다. 피오르드랜드에서 바라본 호수 위의 별빛은, 투어 일정에선 절대 만날 수 없었을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투어를 배제하진 않았다. 밀포드사운드 크루즈, 마오리 마을 체험 등은 GetYourGuide, Klook, Viator를 통해 예약했고, 할인과 후기 덕분에 선택이 쉬웠다. 특히 마오리 문화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순간은 인상 깊었다. 요컨대, 자유여행과 투어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방식으로 선택하면 된다. 뉴질랜드는 그만큼 유연한 땅이다.

숙소는 Booking.com, Hostelworld, CamperMate로 확인했다. 싱글룸에 묵으며 만난 사람들과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공용 주방에서 각자의 레시피를 공유하던 시간도 무척 따뜻했다. 어떤 밤에는 한 노르웨이 친구가 만든 훈제연어 샐러드를 먹으며, 창밖으로 쏟아지는 남십자성을 바라봤다. 특히 CamperMate는 캠핑카 여행자에게도 유용하지만, 무료 화장실, 샤워장, 와이파이 장소를 알려주는 기능이 여행 내내 큰 도움이 되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퀸스타운에서 일출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선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 그냥 걸어도, 멈춰 서 있어도 풍경이 먼저 나를 채워줬다. 목적 없는 하루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그건 어느 여행서에도, 유튜브 영상에도 없던 내용이었다. 내가 직접 걷고, 헤매고, 머물며 발견한 나만의 풍경.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뉴질랜드를 꿈꾸고 있다면, 준비는 철저히 하되 계획은 느슨하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길을 잃어야만 만나는 풍경이 있고, 느슨해야만 담기는 감정이 있다. 뉴질랜드는 그런 여행을 허락해주는 곳이다.

 

다채로운 뉴질랜드
다채로운 뉴질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