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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단순히 맥주와 축구로만 기억되기엔 너무나도 매력적인 나라다. 이번 글에서는 독일여행을 꼭 가야 하는 이유, 감성적인 명소 추천, 그리고 직접 다녀온 독일 맛집 경험담을 중심으로 풀어보려 한다.

 

독일 여행
독일 여행

나, 독일로 떠난 이유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 아니었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는 내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유럽 땅을 밟은 건, 단지 ‘독일은 안전하고 정돈되어 있다’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첫인상은 생각보다 다채로웠다. 베를린에 도착했을 땐 도시는 꽤 차분했다. 전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그 잔해마저도 하나의 예술 같았다. '이런 곳을 왜 이제서야 왔을까?' 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며 바라본 석양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눈앞에 펼쳐진 붉은 노을과 고요한 도시의 리듬이, 지친 내 일상에 위로를 건네는 듯했다. 독일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생각보다 감정이 깊게 깃들 수 있는 나라였다. 그리고 또 하나, 독일에서의 나날 중 잊을 수 없는 경험은 '자전거 여행'이다. 드레스덴에 도착했을 때, 시내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강변을 따라 달렸는데, 그 순간만큼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옆으로는 엘베강이 잔잔히 흐르고, 저 멀리선 작은 교회 첨탑이 햇살에 반짝였다. 아무 목적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자유롭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여행이 아닌, '감정'을 걷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뮌헨이었다. BMW 본사가 있어서 그런지 도시 자체가 세련되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친절했다. 마리엔 광장에서 공연하는 거리 악사들의 바이올린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전혀 계획에 없던 날씨 좋은 오후,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았다. 그렇게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äuhaus)’라는 맥주홀에 들어가게 되었다. 긴 나무 테이블에 앉아 독일 아저씨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맥주잔을 들이켰다. '이게 진짜 독일이구나.' 싶었다. 낯선 나라에서 낯선 사람들과 웃고, 부딪치고, 같이 노래 부르던 그 시간은 내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다. 독일은 차갑고 고요할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따뜻하고 흥이 넘쳤다.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은 '퓌센(Füssen)'에서의 하루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갔는데, 성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주변 풍경이 정말 동화 같았다. 안개 낀 산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하얀 성은 마치 디즈니 로고처럼 느껴졌다. 성 입장 줄을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먹은 사과 하나도, 이상하게 특별한 맛이었다. 그런 작은 장면들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독일의 맛을 기억하다

여행 중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먹는 즐거움이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베를린에서 먹은 ‘커리부어스트’는 간단한 길거리 음식이지만, 그 맛은 정말 강렬했다. 매콤한 커리 케첩과 구운 소시지가 맥주와 너무 잘 어울렸다. 프랑크푸르트에선 ‘아플벡(Apfelwein)’이라는 사과 와인을 마셨는데, 평소 달달한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홀딱 반할 정도였다. 그 와인과 함께 먹은 ‘핸첸’이라는 바삭한 닭 요리는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뮌헨에선 ‘슈바인학세(Schweinshaxe)’를 도전했는데, 돼지 앞다리 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가득해서, 한국의 족발이 전통음식이라면 여긴 학세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이델베르크에서는 '플람쿠헨(Flammkuchen)'을 맛보았다. 얇은 도우 위에 양파, 베이컨, 크림이 올려진 독일식 피자인데, 예상 외로 너무 담백하고 고소했다. 구시가지의 오래된 건물 사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와인과 함께 먹는 그 맛은 정말 잊을 수 없다. 마지막 밤엔 현지인이 추천해준 함부르크의 한 항구 근처 레스토랑에 갔다. 생선 요리 전문점이었는데, '마트예스(Matjes)'라는 절인 청어 요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살짝 비릴 줄 알았는데, 크리미한 소스와 곁들여 먹으니 아주 부드럽고 감칠맛이 났다. 독일은 고기 요리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해산물도 이렇게 잘할 줄이야.

독일은 여행지라기보단 '경험지'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서, 감정이 스며들고, 기억이 머무는 곳이다. 베를린의 석양, 뮌헨의 사람들, 드레스덴 자전거 여행, 퓌센의 안개 속 성, 프랑크푸르트의 사과 와인까지... 모두가 나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 만약 지금 고민 중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독일로 떠나보기를 바란다. 마음 깊은 곳까지 채워줄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