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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절실했던 어느 날, 나는 단순한 여행 대신 ‘명상 여행’을 선택했다. 인도, 태국, 티벳. 이 세 나라에서의 여정은 그저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친 내면을 마주하고 위로받는 시간이었다. 마음을 돌보는 법을 모르고 살아온 나에게, 이 명상 여행은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절하게 해준 가장 조용하고도 강력한 계기였다.

인도, 태국, 티벳 이 장소들을 누군가는 성지라 부르고, 나는 고요라 부른 곳. 그곳에서 비로소 내가 내게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인도 – 말 없이 나를 만나는 하루

리시케시는 인도 북부에 있다. 히말라야의 시작점에서 갠지스강이 천천히 흘러간다. 사람들은 그것을 신성이라 말하지만, 내겐 그것이 '멈춤'이었다. 새벽, 짙은 안개 속을 걷다 요가 매트 위에 앉는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무언가 떠나고 무언가 돌아온다. 요가의 동작은 동작이 아니라 마음의 자세였다.

인도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일과 인간관계에 소진된 마음은 고요보다는 무기력에 가까웠다. 이런 감정들을 여행과 명상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인도에 도착해서 처음 느낀 감정은 이 도시엔 독특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갠지스강이 흐르고, 아침마다 요가 매트 위에 앉아 햇살을 온몸으로 받는 그 순간, 나는 내 숨결을 처음으로 의식하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침묵의 하루’였다. 말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오직 나와만 함께하는 날. 불편함이 아닌 낯섦, 낯섦이 아닌 익숙함으로 바뀌기까지 하루가 걸렸다. 그렇게 나는, 내가 나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 안의 목소리가 아주 작게 말했다. “괜찮아.”

명상은 삶을 정리하는 일이다. 정리는 곧, 놓아주는 일이다.

태국 – 내려놓음이 남기는 것

치앙마이 근교 사원. 이름보다 냄새와 빛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나무와 땅의 냄새, 사원의 금빛 천장과 스님의 주황색 옷. 스님과 함께하는 하루는 단순했다. 새벽엔 걷고, 낮엔 비우고, 밤엔 가만히 머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전부를 채운다는 걸, 그곳에서 처음 배웠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메타 명상 시간, 입 밖으로 내는 이 말이 처음엔 조금 어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을 하면서 나는 나를 용서하고 있었다. 나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왜 그렇게 아팠을까. 그렇게 반복하던 질문에, 그곳의 공기가 대답해주는 듯했다. "모두가 그런 시간을 겪는다."

명상은 감정을 눌러 없애는 게 아니다. 감정과 함께 머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그러고 나면 나의 내면도 정화된 듯 느껴지는 상쾌함이 또 다시 명상을 하게 할 것 같았다. 

티벳 – 고요를 넘어선 무언가

티벳의 수도 라싸는 처음부터 특별했다. 이름부터 신기했으며 3,600미터 고도의 공기는 굉장히 묵직했고, 하늘은 손에 닿을 듯 푸르렀다. 이곳의 수도원은 다른 세계 같았다. 티벳 불교 특유의 색감, 향, 그리고 반복되는 만트라 소리는 그 자체로 명상적이다. 라싸의 하늘은 낮에도 밤 같다. 너무 높아서, 오히려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수도원의 하루는 짧고도 길다. 앉아 있고, 기도하고, 다시 앉아 있는 시간. 그 사이에 티벳식 차를 마시고, 손끝으로 염주를 굴린다.

‘옴 마니 반메 훔.’ 끝없이 반복되는 이 진언 속에서, 나는 내 존재가 점 하나처럼 작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점이 어딘가에서 큰 원을 만들고 있다는 묘한 확신도 들었다. 내가 꼭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은, 그곳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존재만으로 충분하다는 감각. 처음엔 어색했지만, 나중엔 그 감각이 나를 지탱했다.

명상은 무언가를 찾는 게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던 것을 기억하고 비우는 일이다.

다시, 나를 받아들이는 법

명상은 세상이 나를 흔들 때, 그 흔들림 안에서 중심을 잡는 방법이다. 인도의 침묵, 태국의 자비, 티벳의 고요. 이 세 곳은 나에게 ‘괜찮다’는 말을 가르쳐주었다. 지금도 종종 흔들린다. 다만 예전과 다른 건, 그 흔들림에 휩쓸리기보다는 잠시 멈춰보려 한다는 것. 마음은 사실 아주 작은 쉼표 하나로도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걸, 나는 그곳에서 배웠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멀리 가보라고. 조용히 앉아 보라고. 거기서 분명히 무언가가 시작될 것이다.

 

마음의 수련, 명상
마음의 수련,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