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최고의 장소 (여행, 체험, 선물)

어린이날이 오면, 유난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아이 손을 잡고 어딘가를 향해 걸었지만, 매번 처음인 듯 설레는 이유는 뭘까. 올해는 어디로 갈까, 무엇을 줄까. 아이에게 기억될 오늘 하루를 위해 엄마 아빠는 벌써부터 마음속 지도를 펼쳐본다. 여행지도 좋고, 새로운 체험도 좋고, 오래 남을 선물도 좋다. 이 글은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에게 건네는 작고 따뜻한 제안이다.

 

어린이날

1. 다녀왔던 곳 중, 다시 가고 싶은 장소들

아이에게 묻는다. "작년에 갔던 곳 중 어디가 제일 기억에 남아?" 잠시 생각하던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불꽃놀이 본 날." 그날은 에버랜드였다. 주차장에서 한참을 기다렸고, 식당에서 30분 넘게 줄을 섰다. 솔직히 말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그날을 1년이 지나도록 말한다.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눈을 동그랗게 뜨던 모습. 사람들 틈에서 아이를 안아 올리며 같이 손을 흔들던 순간. 불꽃이 터질 때마다 “와!” 하고 외치던 목소리. 그래, 힘들어도 또 가고 싶다.

서울에 있는 '서울 애니메이션센터'는 북적이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세계를 열어주는 곳이다. 포토존 앞에서 딸이 포즈를 잡고, 나는 핸드폰 셔터를 연신 눌렀다. 그렇게 남은 사진 몇 장이, 거실 벽에 붙어 여전히 하루를 반긴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을 때는, 키자니아 제주의 존재를 알게 된 게 행운이었다.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는데, 그 덕분에 계획에 없던 키자니아를 찾았다. 아이들이 직업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경험했고, 우리는 유리창 너머로 조용히 바라봤다. 그날 밤, 호텔에서 아이는 말했다. "나 커서 빵집 할래."

2. 선물은 물건이 아니라 기억을 주는 것

작년 어린이날, 딸에게 ‘디지털 카메라’를 선물했다. 놀이터에서 친구 찍고, 식탁 위 엄마 얼굴 찍고, 고양이 꼬리만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모은 사진을 작은 앨범으로 묶어줬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 그 앨범은, 지금도 우리 책장 한편에 꽂혀 있다.

‘가족 그림책’을 만들어 선물했다. 출생부터 유치원 입학까지, 사진과 함께 짧은 문장을 넣어 편집했다. 페이지를 넘기며 웃고, 감탄하고, 조용히 엄마 품에 안겼던 그 순간. 그건 선물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역사를 담은 작은 책이었다.

뮤지컬 공연을 추천한다. 평소엔 조용한 아이가 무대 앞에서는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빛나는 조명, 음악, 이야기. 그 자체가 아이의 상상력을 건드리는 마법이었으니까.

3. 복잡함 속에서도 특별했던 공간들

서울 어린이대공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하루가 꽉 찼던 날. 잔디밭에서 먹은 김밥 한 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과천 국립과천과학관. 직접 눌러보고 돌려보며 배우는 과학은 지루하지 않았다. 천체관 안에서 별을 보며 아이가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저 별 이름은 뭐야?”

전주한옥마을 체험전. 전통놀이, 한지공예, 한복체험.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아이는 해맑게 웃고, 나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그 분위기에 취해 천천히 걸었다.

어린이날을 준비하는 마음은 조금은 어른을 닮았다. 불안하고, 서툴고, 그래도 사랑하려 애쓰는 마음. 여행지도 좋고, 선물도 좋지만 결국 가장 오래 남는 건 그날 함께한 시간, 그리고 아이의 웃음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