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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로망 장소 멕시코, 칸쿤

by doit96 2025. 4. 23.

칸쿤은 ‘다녀오면 인생샷 하나쯤은 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행자들에게 로망 같은 존재다. 남미라기보다 북미와 중미의 경계에 있는 멕시코 동부 유카탄 반도의 해안 도시, 그러나 우리는 그냥 ‘칸쿤’이라고 부른다. 휴양지로서 갖춘 완벽함,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불편함과 의외성까지. 오늘은 감성적이지만 솔직하게, 칸쿤의 장단점과 음식, 그리고 가볼 만한 곳들을 풀어본다. 때로는 두서없이, 마치 여행 중 생각처럼.

 

멕시코 칸쿤
멕시코 칸쿤

햇살은 찬란하지만, 그늘은 없다

칸쿤은 일단 날씨가 전부다. 거의 1년 내내 맑고 덥고, 바다는 투명하고 파란색이 아니라 청록색이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마음이 느슨해지고, 모든 고민이 잠깐 사라진다. 호텔존에 있는 리조트는 말도 안 되는 뷰를 자랑하고, 올 인클루시브 시스템이라 음식, 술, 수영장까지 무제한. 말 그대로 꿈같다.

그런데, 가끔 이 모든 게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 계획된 공간, 철저히 조율된 리듬. 정작 진짜 멕시코는 어디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의외로 모기 많다. 바다 근처라고 방심하면 물리고, 한국의 여름이 그렇게 싫었나 싶을 정도로 습한 날도 있다.

물가는 리조트 내에선 꽤 비싸다. 현지 느낌을 기대했다면 호텔존보다는 시내, 다운타운을 노려야 한다. 근데 또 거긴 치안이 걱정되기도 하고. 모든 게 완벽한 것 같지만, 그 완벽함 속에서도 피곤함이 스멀스멀 올라올 수 있다. 꼭 ‘내가 지금 잘 즐기고 있는 건가’ 의문을 가지는 그 순간이 오니까.

타코도, 마가리타도 매일 먹으면 질려요

칸쿤 음식은 말 그대로 화려하다. 호텔에서 먹는 뷔페는 전 세계 음식들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진짜 맛은 길거리에 있다. 시내 쪽 작은 타코 가게에서 만나는 ‘알 파스토르 타코’는 고기와 파인애플이 섞여 기묘한 중독성을 갖는다. 입안에서 단짠단짠 폭발하고, 소스가 묘하게 달다. 마가리타 한 잔이면 이곳이 파라다이스처럼 느껴지만 문제는 그게 매일 반복되면 질린다는 거다.

모든 게 너무 강렬하고 진하다. 향신료, 고수, 매운 소스. 처음엔 이국적인데 나중엔 ‘진짜 라면 하나 끓이고 싶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이상하게 짜다. 마치 모든 음식이 나트륨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 느낌. 근데 그런 것도 여행이지. 익숙함이 그리운 순간이 와야, 다시 돌아갈 이유가 생긴다.

그리고 정말 놀란 건, 칸쿤엔 한국 음식점도 꽤 있다. ‘서울하우스’ 같은 곳에서는 김치찌개도 팔고, 비빔밥도 있다. 여행 막바지쯤 가면 생각보다 위로된다. 국물이라는 게 원래 마음을 품는 맛이니까.

유명한 데 말고, 이상한 데 가도 좋아요

칸쿤에 왔다면 누구나 ‘세노테’ 얘기한다. 지하에 있는 신비로운 물 웅덩이, 푸른 동굴 같은 곳. 이케킬, 도스오호스 같은 세노테들은 정말 아름답다. 수영하고, 떠다니다 보면 현실감이 사라진다. 마치 내가 물고기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 물속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이상하게 더 파랗고 깊다.

물론, ‘치첸이사’도 가야 한다. 고대 마야 문명의 피라미드, 거대한 돌 계단 위에서 옛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데만 가면 좀 지겹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건 이상한 데 가보기.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작은 해변, 현지 시장에서 먹는 찐한 과일 주스, 길가에서 본 무용 공연.

그리고 호텔의 야외 바에서는 꼭 늦은 밤 칵테일 하나를 마셔야 한다. 별이 정말 많고, 바람은 또 시원하고. 그런 감성 한 조각이 다음날의 모든 피곤함을 덮는다. 뭐, 여행은 결국 그런 조각들로 기억되는 거니까. 아무 계획 없이 떠돌다 만난 그 순간이 제일 오래 남는다.

칸쿤은 확실히 남미보단 중미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다. 너무 완벽해서 가끔 숨이 막히고, 너무 감각적이어서 정이 안 붙기도 하지만, 그 모든 반전이 오히려 매력이다. 그래서 여행을 갔다 와서 시간이 많이 흘러도 진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타코와 마가리타, 찬란한 세노테와 도심의 모순. 다음 여행지로 칸쿤을 고민하고 있다면? 고민 말고 다녀오세요. 망설일 시간에 칵테일 한 잔 더 마시는 게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