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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날씨가 더 따뜻해지는 이 계절, 나는 내가 오로라를 찾아 떠난 여행이 생각난다.

살고 있는 계절과 다른 계절을 한 번쯤 생각할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순간과 여행이다.

어느 날, 불현듯 마음이 무너졌다.

혼자만의 마음을 위로도 할 겸 아무도 없는 곳의 특별한 자연을 보고싶었다.
서울의 빛 공해에 질려버린 눈이, 진짜 하늘을 보고 싶다고 속삭였다.
그러다 우연히 자연 사진을 보다 본 한장의 오로라 사진을 보며 실제로 이렇게 보일까?이렇게 큰 세상에 저런 모습을 내 눈에 담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한번쯤 살면서 오로라를 보러 언제 가보겠어. 지구 끝에서 춤추는 빛을, 인생에서 단 한 번은 만나야 하지 않겠나 싶어 그 순간 여행을 알아보고 떠났다. 

불이 내려앉는 땅, 옐로나이프

2024년 2월, 나는 캐나다 북서부 작은 도시 옐로나이프로 향했다.
사람들은 아이슬란드를 말하고, 노르웨이를 추천하지만…
나는 사람이 적고, 빛이 많은 곳보다 어둠이 진한 곳이 좋았다.

도시는 작았다. 공항도 소박했고, 택시는 없어 걸었다.
마치 극지방에 홀로 떨어진 기분. 혼자여서 걱정되고 외로운 느낌이 들려고 할 때 숙소에 도착해서,

로비 벽에 걸린 수십 장의 오로라 사진이 나를 반겼다.
“지난주에만 4번 떴어요.”
주인장이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그날 밤, 나는 두꺼운 패딩 두 벌을 껴입고 눈밭에 앉았다.
영하 32도.
숨을 쉬면 코털이 얼었고, 눈을 깜빡이면 속눈썹이 붙었다.
그런데… 그 차가움 속에서,
하늘이 조용히 열렸다.

초록빛 실루엣이 춤을 추듯 피어오르더니,
보랏빛이 겹쳐지고, 금빛이 가만히 따라왔다.
그건 불이 아니었다.
그건 노래였다.
공기에서 번지는 파장 같은, 살아있는 숨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그 자리에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설명이 됐다.

그리고 바램이 있다면 소중한 나의 사람들과 시간과 여권이 될 때 같이 오고 싶다.

나만 보기 너무 아쉬운 풍경이고 내가 느낀 감정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오로라의 계절, 밤이 긴 시간

오로라는 사계절 중 겨울, 그중에서도 12월에서 3월,
달빛이 약하고, 하늘이 맑은 날 가장 잘 보인다.

여행 전, 나는 날씨 앱보다도 태양풍 예보 사이트를 더 자주 들여다봤다.
KP 지수를 보면, 오늘 밤 오로라가 뜰 확률을 알 수 있다.
KP가 4 이상이면 카메라를 꺼내야 하고, 6 이상이면 눈물이 난다.

밤 10시부터 새벽 3시.
그 어둠의 시간에, 북극광은 가장 자유롭게 춤춘다.
그리고 그 춤을 제대로 보려면, 준비물이 꼭 필요하다.

차가운 빛을 위한 준비물 리스트

나는 가볍게 떠났다가, 혹한의 벌을 받았다.
진짜 “차가운 바람은 고통이 아니라 형벌”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래서 날씨가 여행에 잇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껴서 누군가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날씨부터 봐 라고 얘기하곤 한다.

그래서 다시 떠난다면, 꼭 챙길 준비물들을 적는다.

  • 극지방용 방한복: 그냥 두꺼운 옷으론 부족하다. 오로라 관측복은 따로 있다.
  • 핫팩 수십 개: 발바닥과 장갑 안에 넣어야 얼지 않는다.
  • 방풍 안경: 눈이 시려서 못 뜨는 걸 막아준다.
  • 삼각대와 미러리스 카메라: 셔터속도 15초, ISO 1600 이상, F2.8이면 충분하다.
  • 보조배터리 여분: 추위에선 배터리가 5배 빠르게 닳는다.
  • 진한 핫초코: 얼어붙은 심장까지 데워주는 작은 사치.

가장 중요한 건 기다릴 인내와, 볼 준비가 된 눈이다.
카메라에 담지 못해도 괜찮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대부분 흔들린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나 자신을 다독여도 보고 앞으로의 다짐도 해보고 웅장한 풍경을 보며 기뻐하기도 넋놓고 감상하기도 했으면 한다.

오로라 투어, 예약의 기술

현지 투어는 신중하게 고를 것.
나는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에야 제대로 된 가이드를 만났다.

후기 500개 이상,
오로라 보증제도가 있거나,
현지 가이드가 3년 이상 근무한 팀을 선택하라.

고민이 된다면 맘에 드는 업체를 추려서 해당 업체에 질문을 해서 비교해본 뒤 결정해도 된다.

가격은 1인당 하루 150~200달러 수준이라 내가 가장 잘 이용할 것 같은 곳을 선택하자.
버스를 타고 한밤중 산속으로 들어간다.
마시멜로와 핫초코가 나오고, 드론 촬영도 해준다.

그들 말로는, 오로라는 원래 사람을 잘 안 기다린다고 한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을 만나면 오래 머무는 편이기도 하단다.

그 말이 너무 예뻐서, 아직도 가끔 꺼내본다.

결론: 오로라는 하늘의 편지다

오로라는 “보고 싶다”는 말 대신
하늘이 보내는 편지 같다.
한밤중에, 차가운 공기 속에 앉아 있어야만
읽을 수 있는 아주 조용한 편지.

누군가는 사진을 찍으러 가고,
누군가는 버킷리스트를 지우러 간다.
하지만 나처럼
그냥 삶이 지쳐서 떠난 사람에게는
그 빛이 꽤 오래 남는다.

당신도 그 빛을 만나기를.
그것이 눈이 아니라 마음에 내려앉기를.

 

오로라
오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