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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자주 비교되는 도시, 울산. 그러나 울산만의 매력은 직접 발로 걸으며 느껴야 한다. 동구의 해안, 중구의 골목, 남구의 자연. 지역마다 품은 결이 다르기에 한 번 다녀왔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이 도시를, 이번엔 천천히 걸으며 기록해본다.

 

울산
울산

동구, 바다를 따라 걷다 – 주전몽돌해변과 일산지

동구는 조용하지만 속이 깊다. 아침 일찍 주전몽돌해변에 도착했을 때, 바람에 흔들리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정리해준다. 자갈 위를 걷는 그 촉감이 묘하게 안정감을 주는데, 어릴 적 할머니 손잡고 다녔던 바닷가가 문득 떠올랐다. 일산지 바닷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관광객보다는 지역 주민이 더 많은 그 길에선, 굳이 말하지 않아도 풍경이 위로가 된다. 하루쯤, 휴대폰 꺼두고 생각 없이 걷고 싶은 날엔 이곳이 딱이다. 카페나 관광명소보다도, 그냥 바다 냄새가 묻어나는 벤치 하나에 앉아 있는 게 울산 동구의 진짜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중구, 시간을 걷다 – 태화강과 문화의 거리

중구에 오면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태화강변을 따라 펼쳐진 정원은 봄이면 붉은 꽃들이 도시 전체를 감싼다.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 기분은, 조금은 몽환적이다. 특히 문화의 거리 초입에 들어서면 어쩐지 낯선 감정이 밀려온다. 골목 사이사이 숨은 소품샵, 커피 향기가 그득한 작은 카페, 오래된 가게 간판들. 세련됨과 오래됨이 묘하게 공존한다. 나도 모르게 천천히 걷게 되고, 문득 들린 중고서점에선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 도시는 말이 없는데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울산 중구, 그 고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남구, 사람 냄새나는 자연 – 대왕암공원과 고래문화마을

남구는 활기차다. 대왕암공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등산복 입은 사람들의 활기찬 대화가 들린다. 하지만, 나에겐 이곳이 등산보단 ‘바다와 나무가 동시에 주는 온기’의 장소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푸름이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고래문화마을은 예상보다 더 따뜻했다. 단순한 박물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고래를 주제로 한 예술작품들과 낡은 벽화 하나까지, 사람들의 시간이 스며 있다. 남구는 ‘사람 냄새’가 났다. 누구든 이 도시의 이면을 보게 된다면, 그리움 같은 감정이 자기도 모르게 따라올 것이다.

부산 vs 울산 – 여행자의 솔직한 비교

사실 이 모든 여행을 하기 전, 나 역시 ‘부산보다 울산이 심심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부산은 자극적이다. 해운대, 광안리, 남포동. 사진 찍기 좋고, 빠르고, 화려하다. 반면 울산은 다르다. 울산은 속도를 늦추라고 말한다. 바다도, 사람도, 공기도. 직접 가보면 안다. 부산의 여행이 ‘보여주기’라면, 울산은 ‘기억에 남기기’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간다. 그리고 그런 울산이 요즘 들어 더 자주 생각난다. 도시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에 남는 크기가 여행지의 진짜 매력이라면 울산은 결코 작지 않다.

서울에서 울산, 어떻게 갈까?

울산은 생각보다 가까우면서도 먼 도시다. 서울에서 울산까지는 여러 방법이 있다. 가장 빠른 방법은 KTX. 서울역에서 울산역까지 약 2시간 반. 울산역은 시내와 떨어져 있으므로, 도착 후 시내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고속버스를 타면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울산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약 4시간 30분. 가격은 KTX보다는 저렴하고, 도착지가 시내 중심이라 교통은 더 편리하다. 자차를 이용하는 여행자라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5시간 안팎으로 도착 가능하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어가는 재미도 있고, 일행이 있다면 가장 자유로운 이동 수단이다. 교통수단을 어떻게 선택하든, 중요한 건 울산이라는 도시가 충분히 그 시간을 감당할 만큼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의 시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되지만,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결국 마음 속에 남는 감정이다.

울산은 각 구마다 분위기와 결이 다르다. 동구의 바다, 중구의 시간, 남구의 온기. 그리고 부산과는 또 다른 깊이. 한 번쯤, 속도를 늦춰 걷고 싶은 이들에게 울산은 아주 좋은 답이 되어줄 것이다. 지금 당장 발걸음을 옮기지 않더라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 여행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