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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는 매년 봄마다 수많은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잡는 도시다. 한때 해군도시로 불렸던 이곳은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나는 굳이 벚꽃 시즌이 아닌 늦봄, 그리고 가을 즈음의 진해가 더 좋다. 사람도 적고, 햇살도 부드럽고, 무엇보다 도시 자체가 여유롭다. 이번 여행에서는 진해의 숨겨진 동네들과 맛집, 그리고 통영과의 감성 비교까지 천천히 걸으며 기록해봤다.

 

진해여행
진해여행

중앙동, 경화역, 안민고개의 진해 속결 탐방기

중앙동은 진해 시내 중심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어릴 적 동네 슈퍼 같았던 오래된 상점들과, 손글씨 메뉴가 적힌 식당들이 오히려 이곳의 매력이다. 나는 아침에 중앙시장 근처 국밥집에서 따끈한 국밥 한 그릇을 먹었다. 맛도 맛이지만 사장님이 나누는 소소한 인사 한마디가 더 따뜻했다.

경화역은 아직 철길 위를 꽃잎이 덮진 않았지만, 오래된 폐역과 그 주변 풍경이 주는 분위기는 여전히 좋았다. 주변에 작은 카페 하나가 새로 생겼는데, 창문 너머로 기차가 지나가던 자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니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했다. 안민고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지만, 천천히 걸어 올라가보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다. 바람 소리, 풀 내음, 그리고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풍경. 진해의 여유는 바로 이런 데 있었다.

진해 vs 통영: 감성 다른 두 도시의 매력

통영과 진해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도시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진해가 조용하고 정적인 편이라면, 통영은 좀 더 활기차고 색감이 짙다. 통영 중앙시장에 가면 다양한 해산물과 먹거리가 넘치고, 동피랑 마을의 벽화 하나하나에도 작가의 에너지가 담겨있다.

진해는 그에 비해 조용한 바다 마을 같다. 관광객이 북적이는 시기만 피하면, 여유로운 산책과 일상 같은 여행을 할 수 있다. 숙소는 진해 쪽이 조금 더 저렴하고, 맛집은 통영이 다양한 편이지만 진해의 조용한 횟집에서 먹는 회 한 접시의 감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두 도시 모두 다녀오면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남는다. 단순 비교보다도 서로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자의 입장에선 더없이 만족스러운 코스다.

진해까지 가는 법: 교통수단별 추천

서울에서 진해까지는 KTX를 타고 창원중앙역에 내린 후, 시내버스를 타거나 택시로 진해 시내까지 이동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기차로는 약 3시간, 버스로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된다. 중간중간 휴게소에서 내려 쉬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이번에 자차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진해 초입에서 보이는 바다와 작은 언덕들이 도착 전부터 설레게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 창원종합버스터미널에서 진해행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다소 번거롭지만, 여행의 설렘이 커지기에 그리 나쁘진 않다. 무엇보다 목적지가 진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 수고로움이 충분히 보상된다.

진해는 빠르게 다녀가기보다는, 며칠 머물며 천천히 음미할수록 그 매력이 깊어지는 곳이다. 카페, 맛집, 풍경 어느 것 하나 요란하지 않지만, 조용히 여행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통영과 비교했을 때도 진해만의 고요하고 따뜻한 감성은 여행의 여운을 더 오래 남긴다. 이번 주말, 복잡한 도심을 잠시 떠나 진해로 느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