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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은 목적지가 아니라 기분이었다.
갑자기 다 놓고 싶을 때, 진짜로 ‘나’를 만나보고 싶을 때,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던 어느 봄날.
그럴 때 쿤밍은 그저 조용히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기야, 여기로 와.”
그 말이 들린 것 같아서, 나는 티켓을 예매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라 계획 세우기 전에 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유여행은 쿤밍에서부터 이해됐다
쿤밍은 북적이지 않았다.
유명 여행지 특유의 피로감도 없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 차창 밖 풍경은 어쩐지 어릴 적 시골의 봄 풍경과 닮아 있었다.
내가 묵은 숙소는 녹색호수 옆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아침이면 태극권을 하는 어르신들의 숨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이른 음악 수업 소리가 조용히 깔렸다.
그 공기 속에서 나는 스스로도 조용해졌다.
지금 누군가 내게 “자유여행 처음인데 어디 가면 좋을까?”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쿤밍을 말할 것이다.
현지 결제는 알리페이 하나로 해결되고, 택시 앱 ‘디디’는 언어가 부족해도 큰 문제 없었다.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누구든 조용히 미소 지어주었다.
거기선, 내가 여행자라는 사실이 특별하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도시 어딘가에 살고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날씨는 마음 같았다, 옷차림도 그에 따랐다
사람들이 쿤밍을 ‘춘성(春城, 봄의 도시)’이라 부른다고 했다.
웃으며 넘겼는데, 막상 가보니 그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1월의 오후에도 햇살이 따뜻했고, 7월의 저녁에도 가디건이 필요할 만큼 선선했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맑았다.
마치 도시 전체가 한 걸음 느리게, 아주 천천히 숨 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속에서 내 옷차림은 자연스레 바뀌었다.
예전 여행처럼 날씨 검색에 목매지 않았다.
그날 하늘을 보고 바지를 골랐고, 바람의 감촉으로 외투를 챙겼다.
그런 느슨함이 참 좋았다.
정해진 대로가 아닌, 순간의 감각대로 움직이는 것.
그게 쿤밍이 내게 가르쳐준 여행 방식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쿤밍의 조각들
여행이 끝나고 나면 사진보다 풍경보다 결국 마음에 남는 건 사람과 순간이다.
쿤밍은 그런 순간들로 가득했다.
녹색호수에서 만난 흰머리 노부부는 매일 정해진 벤치에 앉아 조용히 손을 잡고 있었다.
그 둘 사이엔 말보다 더 많은 시간이 있었다.
내가 그 모습을 몰래 찍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을 때, 노부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 눈빛은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는다.
또 어느 날, 나는 석림으로 향했다.
기이한 돌기둥들이 줄지어 선 그곳은 마치 다른 행성 같았다.
자연이 만든 작품 속을 걷는 그 기분은 말로 설명되지 않았다.
카메라가 아닌, 내 눈으로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나중에 누군가가 “어땠어?” 물으면, 나는 그냥 “그냥 좋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론 어떤 감정은 언어보다 더 묵직하니까.
중국 여행지 중 쿤밍이 갖는 독특한 가치
중국에는 볼 것이 많은 도시가 많다.
베이징은 역사, 상하이는 속도, 청두는 맛.
하지만 쿤밍은… 글쎄, 굳이 나열하자면 ‘균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교통은 충분히 편리하다. 지하철은 깔끔하고, 시외버스는 생각보다 잘 정돈돼 있다.
현지인들도 외지인에게 꽤 친절한 편이라, 낯섦을 겁내지 않아도 된다.
비용대비 만족도는 놀랍도록 높다.
서울의 반값 정도로 하루 숙식을 해결할 수 있고, 유명 관광지도 입장료가 부담되지 않는다.
어디를 가든 너무 붐비지 않아, 시간 낭비 없이 내 템포대로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쿤밍의 가장 큰 가치는 따로 있다.
그건 분위기다.
그 도시가 가진 공기, 거리, 색, 소리.
그 모든 게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지 않는다.
누군가 그랬다. “좋은 여행지는 너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쿤밍이 그랬다.
다녀오고 나니 내가 조금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도시를 나는 다시 찾게 된다. 꼭 이유가 없더라도.
쿤밍은 생각보다 더 조용하고, 의외로 깊었다.
도착한 순간부터 돌아오는 비행기 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그저 그곳에 있고 싶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곳에.
여행이란 원래 그런 게 아니었나.
당신이 지금, 복잡한 무언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쿤밍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조용히 손을 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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