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 오면 꼭 한 번 듣는 말이 있어요.
“서울 말고, 전통적인 한국을 느낄 수 있는 곳 어디야?”
그때마다 전 망설임 없이 딱 두 곳을 말해요.
경주랑 안동.
각자 분위기는 다르지만, 전통적인 한국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도시들이에요.
제가 직접 다녀온 이야기로 A부터 Z까지 알려드릴게요.
A: Ancient city, 경주의 모든 것
경주는 진짜 걷기만 해도 ‘여기 한국 맞아?’ 싶은 도시예요.
예전 신라의 수도였던 곳이라 유적도 많고, 거리 자체가 박물관 같아요.
제가 처음 갔을 때, 고분 공원이었나? 잔디 언덕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진짜 평범한 도심 한복판에서 수천 년 된 무덤들 보는 느낌이 묘하더라고요.
불국사는 진짜 압도적이에요.
웅장하면서도 조용하고, 돌 하나하나에 손길이 느껴져요.
석굴암도 차 타고 조금 올라가야 하지만, 그 정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불상 보면서 괜히 나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곳, 황리단길.
한옥을 개조한 카페들이 잔뜩 있어서
전통이랑 요즘 감성 둘 다 즐길 수 있어요.
제가 갔을 땐 가을이었는데, 친구랑 한복 대여해서 사진 찍다가
길거리에서 길 잃은 강아지를 만나서 같이 놀았던 기억이 나요.
그 강아지도 우리 한복 입은 모습이 신기했는지 계속 따라오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황리단길에서 먹은 황남빵이랑 찰보리빵도 아직 기억나요.
따뜻하게 데워줘서 하나 먹으면 고소함이 확 퍼져요.
시장도 들렀는데, 어르신들이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말 가르쳐주면서
“이거 먹어봐~” 하며 떡도 주시고.
한국의 정을 느껴볼 수 있어서 정말 인상 깊었어요.
B: Back to roots, 안동에서 느끼는 진짜 전통
안동은 경주보다 더 조용하고 정적인 느낌이에요.
하회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진짜 타임머신 타고 조선시대 온 느낌.
기와집이 쭉 이어진 골목을 걷다 보면
도시 소음은 하나도 없고, 바람 소리랑 새소리만 들려요.
제가 하회마을 갔을 때는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이었어요.
비 오는 한옥마을 진짜 최고입니다.
처마 밑에 앉아서 전통차 마시고 있는데
같이 간 친구가 “이게 진짜 힐링이네” 하더라고요.
우산 쓰고 탈방 체험장도 들렀는데, 직접 탈을 색칠하는 체험 해봤어요.
제가 만든 탈은 약간 삐뚤빼뚤했지만 그게 또 귀엽더라고요.
안동은 찜닭이 워낙 유명하니까, 당연히 찜닭골목도 갔죠.
간장 베이스에 살짝 매콤한 소스, 거기에 당면까지 넣어야 합니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 음식 중에 이게 제일 맛있다”고 했어요.
먹고 나와서 헛제사밥도 도전했는데, 이름만큼은 생소하지만
맛은 꽤 괜찮았어요.
밥상 하나에도 전통이 깃들어 있다는 게 신기했죠.
그리고 월영교 근처 한옥카페에서 마신 대추차!
진짜 부드럽고 따뜻해서 여행 피로가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어요.
카페 내부는 다 나무로 돼 있어서 발 벗고 앉는 구조였는데,
그 포근한 분위기 때문에 다들 목소리도 낮아지고 조용조용 이야기하더라고요.
Z: Zoom in, 여행 관련 꿀팁 몇 가지
경주랑 안동은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지만,
여유가 된다면 렌트카를 추천해요.
특히 안동은 명소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동이 편해요.
숙소는 무조건 한옥스테이 한 번은 해보세요.
제가 안동에서 묵었던 숙소는 실제 옛날 한옥을 개조한 곳이었는데,
온돌방에서 자면서 창문 너머로 들리는 바람 소리,
아침에 마당에 내리쬐는 햇살,
정말 전통 속에서 하루를 산 느낌이었어요.
시장 구경도 잊지 마세요.
경주 중앙시장이나 안동 구시장에는
정겨운 분위기와 소소한 기념품들이 가득해요.
저는 도자기로 만든 손거울 하나 샀는데, 아직도 잘 쓰고 있어요.
할머니 한 분이 “이건 복 들어오는 거야~” 하시며 포장해주시던 말도 생각나고요.
계절 선택도 중요해요.
봄 경주는 벚꽃이 터지듯 피고,
가을 안동은 단풍이 고즈넉하게 깔려요.
너무 덥거나 추울 땐 한복 체험도 힘들 수 있으니
4~5월이나 10월 초쯤 강력 추천드립니다.
경주와 안동은 한국의 ‘한국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는 도시예요.
경주는 시각적인 화려함,
안동은 감성적인 깊이.
두 도시를 다녀오고 나면
한국 전통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마음 깊숙이 와닿아요.
외국인 친구가 “나 진짜 한국 같은 데 가보고 싶어”라고 한다면,
전 늘 이렇게 말해요.
“경주랑 안동, 그 두 군데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