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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아닌 어딘가에서, 익숙한 걸 모두 내려놓고 살아볼 수 있다면…?”
그리고 정말 떠났죠. 너무 떨리면서도 걱정도 되고 처음은 참 어설펐어요. 공항에서 길 잃고, 환전소 못 찾아 헤매고, 현지 유심칩 꽂다가 핸드폰 벽에 던질 뻔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어느 순간, 그 모든 게 내가 만든 작은 세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이 글은 그런 제 경험을 담아, 2024년 한 달 살아볼 만한 여행지와, 직접 겪으며 느낀 ‘아, 이건 알아두면 좋았을 텐데’ 하는 팁들을 나눠보려 해요.
1. 비자 없이 가볍게, 진짜 가볍게 떠난 날들
“비자 문제요? 그냥 되면 좋잖아요.”
웃기죠, 근데 전 진짜 그랬어요. 조지아행 티켓을 결제하면서도 ‘비자가 필요 없다고? 농담이지?’ 싶었거든요. 근데 진짜 1년이나 무비자라니, 이거 대한민국 여권 물건이더라고요.
트빌리시에 처음 도착했을 땐, 좀 낯설었어요. 거리엔 러시아어 간판이 반, 조지아어가 반. 근데 왠지 마음이 편했어요. 공기가 뿌연데도, 도시가 좀 낡았는데도... 그냥,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그렇게 어느 오후엔 시장에서 2,000원짜리 치즈빵 하나 사서, 마트 앞 벤치에 앉아 먹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마치 서울 살 땐 잊고 있던 ‘혼자 있어도 괜찮은 시간’을 다시 배운 느낌이었어요.
포르투갈은 비자가 90일이라, 약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어요. 리스본 트램 28번 타고 언덕을 오르내리던 날들, 그 사이사이 스며든 바람 냄새, 포르투 와인 한 모금에 정신이 아득해졌던 저녁. 나는 사실 여행이 아니라, ‘머무는 법’을 배우고 있었어요.
여기서 중요한 팁 하나! 비자도 좋지만, 입국 심사에서 체류 기간을 말할 때는 너무 ‘살러 왔어요’ 같은 뉘앙스는 피하세요. “여행 중이고, 천천히 도시를 둘러보고 싶다” 정도가 가장 무난했어요.
2. 물가가 착하면 마음도 느슨해지더라
다낭에 처음 갔을 땐 정말 이 가격이 맞나 싶었어요. 숙소 한 달 28만원. 그것도 에어컨, 와이파이, 주방 다 포함. 한낮의 해변에서 그늘 하나 없이 멍 때리다가, 옆자리 외국인 커플이 “이 도시, 너무 조용해서 좋다”며 웃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그날 밤 저는 900원짜리 현지 커피를 마시며, ‘조용한 걸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큰 걸 내려놨을까’ 생각했어요.
콜롬비아 메데진은 조금 더 도시적이었어요. 고층 건물, 열대 기후, 저녁이면 불 켜지는 카페들. 근데 물가는 한국의 반의반도 안 됐어요. 코워킹 스페이스도 한 달에 5만원 정도. 그런 데서 일하면, 내 삶이 갑자기 영화 같아져요. 하루는 외국인 친구랑 낡은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 옥상에서 맥주 마셨는데, 그 애가 그러더라고요. “이 도시는 천천히 네가 좋아하게 될 거야.” 그리고 진짜였어요.
그리고 조지아 바투미. 흑해. 이름부터 이상하게 낭만적이죠? 해변 옆에서 산책하며 음악 듣던 저녁엔 ‘진짜, 이런 게 사는 거면 난 잘 살고 있는 거네’ 싶었어요. 도시가 크지 않아 걷기도 좋고, 식당도 대부분 5~6천 원이면 한 끼가 충분했어요. 여행지인데도 삶의 무게가 가벼웠던 이유? 물가가 아니라, 욕심이 줄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3. 날씨는 그냥 날씨일 뿐? 아니요. 삶이에요.
포르투갈의 가을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적셔요. 해는 있는데 따뜻하지 않고, 바람은 있는데 춥지 않은. 그런 날씨 속에선 괜히 시 쓰고 싶어지고, 감자칩을 들고 공원 벤치에 앉게 돼요. 그날도 그랬죠. 종이컵에 따뜻한 커피 들고 있던 날, 지나가던 노신사가 말없이 웃고 갔어요. 그게, 그 도시의 기후였어요. 웃음이 바람 타고 오는 곳.
태국 치앙마이는 1~2월에 갔었는데요, 햇살이 정말 보드라웠어요. 어느 날은 절벽 위 사원에 올라 해질 무렵 멍하니 앉아 있는데, 멀리서 나무 위에 코끼리가 지나가더라고요. 그게 진짜였는진 잘 모르겠어요. 꿈 같았어요. 다만 확실한 건, 그 기후 덕분에 저는 그날 하루, 시간의 흐름을 믿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페루. 아레키파는 고산지대인데요, 이상하게 햇살이 마음을 눌러주진 않아요. 오히려 살짝 들어 올리는 느낌? 그래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커튼을 열고 "오늘도 괜찮겠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날씨 하나에 그렇게 마음이 조정되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기후가 내 하루를 어떻게 감싸주는지 깨닫는 순간, 여행은 끝나고 삶이 시작되더라고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한 달 동안 뭐하러 그렇게 멀리 가?”
근데 저는 한 달은 짧아서 좋았어요. ‘영원히’가 아니니까, 더 진심으로 하루를 살게 되더라고요.
낯선 언어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거리에서, 처음 만난 공기와, 생각보다 부드러운 바람 사이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감각이 또렷해졌어요.
비자, 물가, 기후.
여행 정보를 넘어, 그건 결국 '나에게 맞는 환경'을 고르는 일이었어요.
2025년엔 당신도 어딘가에서 한 달쯤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많이 가져가지 말고, 시간과 마음만 넉넉하게 챙겨서.
그럼 아마, 평생 기억날 어떤 계절을 얻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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