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앉고, 바람이 살랑이는 4월. 딱 하루만이라도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계절이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서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 체험도 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챙길 수 있는 여행지를 찾는다면 지금이 기회다. 서울 근교는 물론, 꽃길 따라 내려가며 남도 곳곳의 풍경과 사람, 계절을 만나는 길. 봄의 색과 향이 가득한 곳들을 중심으로 직접 다녀온 경험까지 녹여 추천해본다.
서울 근교 봄 여행지
경기도 가평은 내게 봄마다 떠오르는 여행지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아침고요수목원을 산책하고, 자라섬 강변에 앉아 강물 흐름을 바라본 기억이 선명하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곳. 접근성이 좋아 즉흥적인 주말 여행에도 적당하다. 양평은 조금 더 조용하다. 두물머리 물안개 속을 걸으며, 아무 말 없이 함께 걷던 기억이 있다. 바람에 살랑이는 버드나무, 갓 구운 찰떡아이스크림, 그리고 평온한 강가 풍경. 봄은 이런 곳에서 더 깊게 느껴진다. 남양주는 레트로 감성의 공간들이 많다. 다산 정약용의 흔적이 남은 생태공원이나 북한강 자전거길, 바지런한 봄 햇살 아래 자전거를 타는 경험은 도심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여유였다. 서울 근교의 장점은 시간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체험과 감성, 자연 모두를 가볍게 경험할 수 있어 바쁜 일상 속 쉼표가 필요할 때 좋은 선택이 된다.
남도권의 꽃길 여행지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은 처음 갔을 때 그 강렬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온 동네가 하얗고 붉은 매화로 물들어 있었고, 향기는 마치 봄이 코끝에 머무는 느낌이었다. 여수는 그보다 조금 더 도시적인 분위기. 오동도 동백꽃길,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여수밤바다를 실제로 보았을 때의 감동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올해 봄에도 꼭 다시 가고 싶은 장소다. 튤립, 유채꽃, 수선화가 각기 다른 색을 뽐내며 정원을 채운다. 느리게 걷고, 자주 멈추며 풍경을 감상했다. 순천만 습지에서 바라본 일몰은 봄 여행의 클라이맥스였다. 광주는 예술과 골목이 공존하는 도시. 양림동 문화마을의 담벼락에는 오래된 시간과 봄의 온기가 함께 녹아 있다. 전라도는 풍경 못지않게 맛이 기억에 남는다. 봄동 겉절이, 꼬막비빔밥, 해물파전. 계절을 입안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액티비티 중심 여행지
봄이라고 해서 꼭 꽃만 봐야 할 필요는 없다. 몸을 움직이는 여행을 원한다면 강원도와 충북 일대가 제격이다. 인제는 친구들과 함께 간 래프팅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계곡물이 아직 차가웠지만, 봄 햇살 덕분에 두렵지 않았다. 속초는 설악산 아래 바닷가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진다. 커피 한 잔 들고 해변에 앉았던 오후,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살짝 차가웠다. 충북 제천은 조용한 휴식을 주는 곳이다. 청풍호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호수 풍경은 평소보다 조금 더 천천히 숨을 쉬게 만든다. 제천은 유람선, 산림욕, 그리고 온천까지, 봄날에 딱 어울리는 조합이다. 단양에서는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했다. 내려오는 동안 봄 산과 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바람의 냄새까지 잊히지 않는다. 액티비티 중심의 여행은 특별한 에너지로 봄을 기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