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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따라 이상하게, 아침에 눈을 떠도 피곤하다. 커피 한 잔으로도 버겁고, 누군가의 말에 웃는 것도 어색한 날이 많아졌다. 그럴 땐 아주 조용한 방 안, 이불 속에서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커튼을 여는 상상을 한다. 창밖은 아침 햇살로 반짝이고, 커피잔엔 김이 모락모락. 그 순간, "호캉스"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친다.
무작정 예약했다. 미리 계획하지도 않았고, 누구와 상의하지도 않았다. 그냥 나를 위해 떠났다.
서울, 부산, 제주. 다른 온도, 같은 위로.
첫 번째 목적지는 서울 강남의 호텔 카푸치노. 퇴근 후 캐리어를 끌고 밤 9시에 체크인했던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저렴한 가격에, 감각적인 조명과 따뜻한 침구. 루프탑에 올라가서 바람을 쐬는데, 서울 도심의 불빛이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지쳐 있는 나를 위해 켜진 것처럼. 혼자였지만 괜찮았다. 아니, 혼자여서 좋았다.
그리고 몇 주 후, 부산 시그니엘. 이건 그냥 감탄밖에 안 나온다. 해운대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다. 인피니티 풀에 누워 바다를 내려다보며 ‘이게 현실이야?’ 싶었던 그 순간. 물살에 몸을 맡기며 그동안 미뤄뒀던 감정들이 흘러나왔다. 진짜로 울 뻔했다. 그저 물소리만 들리던 그 밤, 아마도 나 자신에게 가장 솔직했던 시간이었다.
제주의 그랜드 하얏트는 좀 다르다. 크고 화려하지만 놀랍도록 조용했다. 로비부터 객실까지, 모든 게 호텔이라는 공간에 몰입되도록 설계돼 있다. 밤 11시, 방 안 소파에 앉아 제주 야경을 바라보며 마신 와인 한 잔. 뭐랄까, 그 순간만큼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밤이 찾아왔다.
수도권에도 숨겨진 힐링 스팟이 있다는 걸, 늦게 알았다.
휴가를 내기 어려운 삶. 늘 시간에 쫓기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가까이에서의 쉼이다. 경기도 광주의 '에버뷰'는 딱 그런 곳이었다. 아무런 사전 기대 없이 갔는데, 방 안 창밖으로 보이는 숲의 풍경에 말문이 막혔다. 산새 소리, 나무 내음, 따뜻한 햇빛. 조식 먹고, 책 읽고, 낮잠 자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그 하루가 그렇게 값질 줄 몰랐다.
송도의 오라카이 호텔은 더 도시적이었다. 도심 안에 있지만, 이상하게도 외부 소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 창문 너머 센트럴파크를 바라보며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았을 때, 마치 내가 도시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 영화 같은 하루랄까. 커피 한 잔, 흘러가는 구름, 고요한 오후. 아무 말 없이 곁에 있는 사람과 나누는 그런 정적이 참 따뜻했다.
수원 노보텔에선 조금은 반성하게 됐다. ‘왜 이런 데를 이제 알았을까?’ 서울에서 멀지 않지만,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세상이 달라졌다. 웰컴 티의 향기조차 위로가 되었고, 스파 끝나고 먹은 룸서비스는 이상하게도 집밥보다 더 친근했다. 이게 바로 내가 잊고 있던 나만의 속도였다.
도심의 호캉스, 어쩌면 진짜 ‘쉼’의 본질
모두가 떠나려 하는 이 도심에서, 오히려 머무는 선택이 필요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그 결정에 정답을 안겨준 곳. 커튼을 열면 경복궁이, 창밖으로 서울이 숨 쉬고 있었다. 하루 동안 휴대폰을 꺼두고 오롯이 침대와 욕조, 그리고 룸서비스와만 함께했다. 특히 그날의 디너 스테이크, 잊지 못한다. 맛의 기억은 감정을 저장하는 법이니까.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낮보다 밤이 더 특별했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별을 바라보던 그 장면은…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어깨가 내려가고, 마음이 풀리고, 고단했던 하루가 눈 녹듯 사라졌다.
제주의 호텔 더본은 반전이었다. 크지 않지만 아늑하고, 조용하고 정갈하다. 큰 것보다 필요한 걸 정확히 갖춘 그 감성. 아침 조식에서 맛본 따끈한 미역국에 눈물이 핑 돌았다. 왠지 모르게 엄마 밥 생각이 났다. 여행이 주는 위로는 때로 그리움 속에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호캉스는 가끔 그런 존재다.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아주 사적인 안식처. 화려하지 않아도, 멀지 않아도 된다. 하루만이라도 나를 가장 소중하게 대해주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런 곳들이 꽤 많았다.
다음 휴일, 혹시 지쳤다면 그냥 가까운 호텔을 검색해봐. 목적지가 아니라, 나를 위로해줄 ‘공간’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내 경험이 누군가의 지친 마음에 작은 불빛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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