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it96 님의 블로그

쿤밍은 목적지가 아니라 기분이었다.갑자기 다 놓고 싶을 때, 진짜로 ‘나’를 만나보고 싶을 때,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던 어느 봄날.그럴 때 쿤밍은 그저 조용히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여기야, 여기로 와.”그 말이 들린 것 같아서, 나는 티켓을 예매했다.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라 계획 세우기 전에 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유여행은 쿤밍에서부터 이해됐다쿤밍은 북적이지 않았다.유명 여행지 특유의 피로감도 없었다.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 차창 밖 풍경은 어쩐지 어릴 적 시골의 봄 풍경과 닮아 있었다.내가 묵은 숙소는 녹색호수 옆이었다.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아침이면 태극권을 하는 어르신들의 숨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이른 음악..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오래된 시간과 마주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특히 역사 여행은 과거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깊은 경험이 되곤 하죠. 저는 서울, 경주, 전주를 직접 다니며 교과서로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살아 있는 역사’를 체감했고, 그 여운은 오랫동안 삶의 태도를 바꾸었습니다.서울 한양도성, 발걸음에 시간을 새기다서울 도심을 감싸고 있는 한양도성을 따라 걷는 건 단순한 트레킹이 아닙니다. 저는 어느 늦가을, 낙엽이 도성길을 물들이던 날 창의문에서 출발해 혜화문까지 걸었습니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600년 전 이곳을 걸었을 사람들의 숨결이 바람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백악구간에 올라 북악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현대와 과거가 한 화면에 겹쳐..